부모 계획대로만 산 아이들..공부 외 다른일은 하지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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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부모 계획대로만 산 아이들..공부 외 다른일은 하지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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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 1번지 대치동 24시 ④ 시들어가는 아이들 ◆      2015.9.25

■교사가 말한다
부모 계획대로만 산 아이들…공부 외 다른일은 하지못해

"아이들에겐 늘 할 일이 쌓여 있어요. 피곤한 아이들을 위해 머리에 꽃이라도 달고 수업 할까 고민해요."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고등학교에서 31년째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 윤미영 씨(55)는 "'대치동 고3'으로서 짜인 스케줄에 따라 살아가는 학생들이 안쓰럽다"고 말했다.

이과반 같은 경우 한 교실 40명 학생 가운데 10명 정도는 수업시간에 '딴짓'을 한다. 딴짓은 다름 아닌 학교 숙제다. 차마 공부 외 다른 일은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다.


윤씨는 "수업시간에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얘기라도 꺼내면 아이들은 바로 눈을 책 쪽으로 돌려버린다"고 말했다.

특히 고3 중엔 학원이 새벽 1시 넘게 끝나는 바람에 밤낮이 바뀐 학생도 많다. 이 학생들을 깨우기 위해 수업시간 틈틈이 기체조를 하는 등 교실에선 진풍경도 벌어진다.

도곡동의 또 다른 고등학교에서 27년째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 김경환 씨(51)는 대치동 아이들은 집안의 모든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자란다고 했다. 부모의 정성은 지극하다. 저녁 늦게 어머니가 교정으로 차를 가지고 와서 아이를 기다렸다가 준비해온 도시락을 차 안에서 먹이는 모습도 흔하다.

하지만 부모의 계획과 돌봄 속에서만 자란 탓에 스스로 계획하고 결정하는 자립심이 부족하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일수록 부모의 계획대로 사는 경우가 많다.

김씨는 "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 학생들도 많다"며 "창의적 탈선조차 허용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아이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의사가 말한다
가면성 우울증·신체화 장애…대치동에선 흔히 보는 질병


하루에도 5~6시간 넘게 학원에 있는 '대치동 아이들'을 바라보는 정신과 의사들은 과도한 사교육이 가져온 몸과 마음의 병을 염려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과도한 사교육의 부작용으로 '가면성 우울증'과 '신체화장애'를 손꼽았다. '가면성 우울증'은 마치 가면을 쓴 듯 겉으로 우울 증상이 드러나지 않고 다른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고, '신체화장애'는 심리적 요인이나 갈등이 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증후군이다. 임재인 서울수 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과도한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으로 인해 정서 발달 기회를 놓치면 소아기 우울증이 나타나 몸이 아프거나 등교 거부, 부모와의 관계 악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교육을 감당할 만한 정서적 준비와 부모와의 유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역삼동의 한 청소년 전문 정신과의원을 찾은 학생은 이날 100~200명에 달했다. 이곳의 진태원 원장(53)은 "시험 등 스트레스로 '가면성 우울증'과 '신체화장애'를 호소하는 학생이 가장 많다"며 "이런 증상은 시험 스트레스, 부모와의 갈등 등 원인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된다"고 부모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천근아 연세대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는 "초등학생부터 입시교육에 나서는 스케줄을 버틸 수 있는 아이들은 상위 10% 정도로 좌절과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좋고 공부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이라며 "부모는 아이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기술, 실패에서 다시 일어나는 힘 등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은아 차장(팀장) / 김시균 기자 / 김수영 기자 / 안갑성 기자 / 박윤예 기자 / 오찬종 기자 / 황순민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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